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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MAY 23
아주 기나긴 완벽한 장기 실험의 결과로 도장이 찍힌 것 같아
내가 아무리 공부를 해도 애교를 부리고 돈을 쓰고 무얼 배워도
결국 나는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라는 표식
초대받지 않아서 사라져야 하는 존재라는 낙인 도장이 꽝꽝 찍힌 것 같아
진즉 알고 있었는데 너를 만나면서 희망고문이 참 길었다
그 각인이 둥둥 내 전신에, 생각에,
나를 보는 모든 시선에 있는 것 같아
분명한 건 나는 그 시선에 시간과 돈을 들일 가치조차 의미조차 없는 그런 존재라는 거지
나도 알아
아니 알지 못하는 것 같아
그들에게 연애란
만지고 싶은 가슴
그래서 노력하고 싶은 가슴이 아니라
만질 수 있는 가슴 정도인 것 같다
적당한 리치에서 손을 뻗으면 되는
딱 그 정도의 에너지만 쏟고 싶은 그런
04 JUN 23
내 갤러리에 특정 사람의 사진이 많아지는 것으로
나는 사랑을 인지하게 되는 것 같다
뭐가 됐든 내가 애정하는 시선으로 보게 되는 대상을 잔뜩 담고 싶은 맘이 가득한 거지
07 JUN 23
알면 알수록 끔찍한 게 사람 같다
알량한 마음과 시선으로 제멋대로의 입맛으로 모든 것을 보고
빠르게 가성비 좋게 판단해 버리고 재버리고 너무나 사람이 제일 끔찍하다
안전지대에 있으려는 나도 싫지만
상처를 받지 않으려는 나도 끔찍하고
얕은 채로 안전지대에서 일하려는 사람과 있는 것은 더더욱 지치고
깨림칙한 가면을 쓰고 스스로 뻗대는 것도 정말 싫다
타인이 선사하는 결과나 강렬함은 어차피 한계가 있다
이미 나는 그 끝을 봤으니까 더 큰 자극과 보상과 결과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오만함으로 타인을 판단하지 않기를
알고 있는 것만큼 보인다고
내가 가진 오만함의 잣대로 상대를 보아 상대의 오만함에 괴로워하지 않기를
더 이상 잘못된 선택과 판단을 내리지 않기를
그리고 그것을 실제 현실의 마음으로 갖고 와 행동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그니까 나는 누군가를 사귄다는 게 정말 보잘것없고
아무 가치가 없는 그런 거라는 걸 알아버려서
특히 나는 그런 관계를 이제 영원히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버려서
유일하게 그걸 가치로 30년을 목표로 했는데
솔직히 뭣도 해내지 못했다 오히려 마이너스였지
그래서 절망하는 거다
아무것도 나의 세계에 중력으로 궤도로 존재할 수 없어서
사랑이 소진되었을 때 나는 어디를 가야 하는가
텅 비어 남아있는 산소로 다 산화되어 버린 마음의 잔해를 갖고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그니까 전체적으로 내 생각의 씨앗의 방향성이 희망과 절망이 있는 게
그와 함께하는 나는 그래도 희망의 발아가 큰 생각 씨앗을 60% 70% 심곤 했다
그리고 그 희망이 모두 다 사실 더 큰 절망이 되어버린 것을 보고
더 이상 희망의 생각 씨앗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오로지 절망의 생각 씨앗만 심어져서 나는 모든 생각과 어려움이 결국 절망으로 가는 거름이 되는 인생인 거다
절망으로 가는 걸음이 더 빨라진다. 가팔라진다. 다른 길과 옵션이 없어서 결국 나는
15 JUN 23
나의 사랑이 필요 없다는 그에게
내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그에게
나는 어리석게도 끝까지 부러움을 표하고, 또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수명이 다 한 관계를 붙잡고 있는 것과
수명이 뻔히 보이는 관계를 붙잡고 있는 게 다를까 같을까
후자에서 전자가 되는, 결국 놓아버리고 마는 뻔한 결론으로 귀결되는 게 아닐까
식물인간 같이
존재는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관계도 있더라
짝사랑과 같은 쌍방의 관계가
슘은 쉬는데 언제 죽어도 언제 호흡기를 끊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정확한 죽음의 원인은 규명할 수 없으나 그냥 호상 같아 보이는 관계였던 것 같기도 하고
너는 얼마나 이게 버거웠을까
욕창이 생길까 매일 의무감에 닦아내는 관계였을까
내가 언제 일어날까 기대가 아닌 그냥 헛된 희망으로 연명하는 마음으로
그 의무감으로 우직했던 걸까
그렇게 이상한 성실함으로 억지로 수명을 이어가다가 너의 미래에 더 이상 같이 할 이유와 에너지와 비용처리의 문제가 남아서 호흡기를 뗀 걸까
슬프게도 이제 너를
나 없는 너를 상상하면
후련함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가볍고 자유롭고 더 많은 기회와
남는 에너지와 자원들
너는 나라는 궤도에서 벗어나 많은 세계를 탐험하게 되었고
나는 나의 세계의 축과 중력을 잃어서
그냥 부유하고 있고
정착할 곳도 방향도 궤도도 모르고
나에게는 없는 단어들이 늘었고
나는 그냥 우주 먼지 부유하는 쓰레기가 되었고 너는 나라는 것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살겠지
22 JUN 23
살아있는 사랑은
사람에게 제일 자극이었다
제일 큰 자극
내 존재에 대한 가장 열렬한 반응과 눈에서 보이는 결과 들리고 만지고 냄새가 나고 심지어 맛볼 수 있는 거기에 즉각적이기까지 한 가장 고자극의 결정체
27 JUN 23
버려진 마음 같은 거 아무도 듣고 싶지 않다고 내가 그랬잖아
아무리 포장하고 에둘러도
결국이 그 폐허를 다들 보면 도망갈 거라고
그곳에 네가 마을을 만들고 살아야 하고
그 마을에 그저 지나가는 인연을
28 JUN 23
안녕 나를 원하지 않는 사랑아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박해미가 왜 이준하와 결혼했는지 알아?
사랑에 상처 입어서 자기 파괴적인 선택으로 막살아야겠다
아무나 하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에서 결혼까지 했어
나도 아무렇게나 살겠다 싶은 마음에
인생이 꼭 많은 이별을 겪기 위한 여정 같았다. 최종 목적지는 나와의 이별이고, 그 이별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 수많은 이별을 겪는 것 같았다. 아니, 수많은 이별만 남은 것 같다. 이별만 하기 위해서 남은 인생이 있는 것 같다. 나는 더 자신이 없다.
30 JUN 23
존재만으로 나를 베어내는 사람이 있다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 그 생각에 내 혀가 베여서 아무것도 뱉을 수가 없다
03 JUL 23
연애 역할극 덕에 깨달았다
내 기저의 가장 깊은 모티베이션은 사랑받고 싶다 귀여움 받고 싶다 안정감 있게 소속되고 싶다였고
사랑받고 싶다를 충족하려고 했으나 가장 강력하게 실패했다
그러니까 10년 치 시간만큼을 저버릴 정도로 나는 아주 끔찍한 존재여서
내가 나를 보는 것보다
사실 남이 볼 때 나는 10년 사귐을 그냥 거짓말과 전화로 잘라버리는 게
가성비 좋은 쳐냄을 선택하는 게 이득일 정도로 엄청나게 끔찍한 거였던 거다
그런데 나는 그걸 볼 수가 없다
나는 내가 얼마나 끔찍하고 손절하고 싶은 존재인지 평생 모른다
나도 모르게 나에게 악취가 흘러나와서 사람들이 나를 투명인간처럼 보게 되거나 그 이하로 느끼는데
나는 그걸 볼 수도 제대로 인식도 못한다 그래서 꽁꽁 싸맨다
내 악취와 끔찍함이 나도 모르게 새어나갈까봐
매일 매일 전쟁터다
버림 받는 것 아니
외면 당하고 손절 당하기 전에
내 끔찍함을 꽁꽁 싸매고
모든 면을 그냥 숨죽여서 어느 것 하나 새어 나오자 못하게 하느라 힘들다
힘을 다 썼다
04 JUL 23
카이를 신뢰할 수 있는 이유는 +)제이슨
그는 자신의 욕망과 바람을 거리낌없이 드러내고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숨김이나 돌려 말하는 거짓이 없고
누구나 들어도 괜찮은 것이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이 말한 것이라면 타인의 시선과 말은 의미가 없는 것 아주 명징하게 보여주기에
이것이 이 사람에 대한 단단함과 신뢰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 나는 사람을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고
특히나 조이는 나와의 서사가 쌓인 것이 아니기에 믿지 못한다
내가 믿는 것은 조이와 카이의 똑똒함과 그들의 신뢰와 유대인 것이다
그 덕에 조이를 믿는 것이지
애초에 기형적으로 생긱 신뢰라서 자꾸 헛헛한건데
그리고 이것은 결국 내 문제인 것이다
그 누구에게 신뢰를 줘보지도 가져보지도 못한 자로서 그나마 이것에 감사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꼴이다
14 JUL 23
자꾸 타인의 추락을 기대하고 방관하고 기다린다
그래 너의 세계가 뻔하게 좁아지고 망가지고 어줍잖게 분개하는 뻔한 사람이 되겠지
그걸 그냥 뒤에서 미소 지으며 그래 너 얼마나 가는지 보자 하게 된다
나는 더 밑바닥의 알량한 사람이 되어서
16 JUL 23
나는 당당히 절망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나는 우울과 불안을 주식으로 자학과 자기혐오를 배설하여 칭칭 둘러 감고
네가 준 마지막까지 나에게 도움이 되더라
내가 어디서 이별을 이렇게 겪을까
너에게 어쩔 수 없이 상처 주는 포지션을 선사해 미안해
하지만 네 덕분에 나는 이별을 배웠어
끝까지 나에게 무언가 주는 네게 고맙다는 말과 앞으로의 행복을 원하는 바를 찾고 이뤄나가는 삶을 바랄게
17 JUL 23
그거 알아?
나는 너랑 치약 짜는 걸로 투닥거리고 싶었어
서로 사는 방식과 작은 부분이 다른 걸 알아가고 이야기 나누며 더 좋다고 생각하는 걸 맞추고 싶어썽
그리고 우린 그걸 꽤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야
18 JUL 23
나에게 다정함을 알려주어 고마워
나한테 안정감과 서로 세계가 합쳐져 함께 살아 가는 경험을 주어 고마워
나를 어여삐 어겨주어 고마워
그 경험으로 나는 세상을 보고 있어
사람이 스스로의 세계조차 지각하기 어려운데 서로 어른이 되어가는
그 시간에 진하게 얽혀 삶의 방식을 나눈 경험은 아주 강렬하고 소중한 것 같아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22 JUL 23
가끔 생각이 드는데
내가 얼마나 끔찍하고 불편했을까
10년 치의 아니 그 이상으로 불편해서 빨리 치워버리고 싶었을 텐데
그걸 입 밖으로 꺼내서 간단히 해결되는 것도 명확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너는 얼마나 답답하고 지겹고 막막했을까
내가 얼마나 지겹고 귀찮고 치워버리고 싶고... 얼마나 지금은 후련하고 가벼울까
부럽기도 하고... 그래 부럽다
아니 그냥 미안하다
그렇게 끔찍한데 옆에 부산에까지 내가 달라붙어서
아마도 네 가족 들은 그런 나를 빨리 캐치한 건가보다
24 JUL 23
너로부터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다른 것들로 너를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야
영화 클로저를 보는데 항상 상대를 사랑해서 상처 줄 수 없었다는 대사가 나오더라
그걸 보고 네가 이해가 갔어
아니 조금 미안해지더라 마음을 무겁게 해서
29 JUL 23
사랑받고 싶었지
그게 너무 유일하고 나의 큰 모티베이션이어서
하지만 나는 겁쟁이에 끔찍해서
비꼬는 방향으로 그 마음을 추구했지
난 사랑받을 수 없다는 의심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내가 애초에 잘못된 존재여서 결국 큰 결과를 얻은 것 같아
10년 치의 결과물로 말이야
아무리 애써도 사랑해도 10년의 친구여도
나는 절대 사랑받을 만한 가치나 존재가 아닌 것
잘라내고픈 존재라는 것을 말이야
자기 연민에 빠지는 건 싫지만
10년이어도 함께 하기 싫은 존재
참고 참다가 도저히 안 되겠는 인연
그게 나인거지
절대 사라질 수 없는 10년 치 시간으로 숙성된 낙인이 내 뇌에 찍혀서
절대 그걸 이겨낼 수가 없다
10 AUG 23
내가 너를 그리워하는 게
자꾸 너를 그리는 게
너와의 시간을 곱씹는 게
내가 다 비겁한 사람이라서 그런 것 같더라
과거는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결과는 명확히 정해져 있어서
어떤 게 나올지 모르는 그 랜덤값을 불안함이 하나도 없으니까
나는 그냥 정해진 결과 안에서만 지내려고 하는 겁쟁이 비겁자여서 너를 자꾸 그리워하는 것 같아
너를 그리워하고 자꾸 엉킨 시간에 집착하는 내가 싫고 괴로운데
그러면서 너는 내가 얼마나 더 괴로웠을까 까지 생각되면서 나는 끝없는 자기혐오의 너비를 넓혀가고 있어
너를 그릴수록 그 배의 속도로 소중했던 우리 속의 나와 멀어지는 것 같아
18 AUG 23
그니까 자꾸 도망치고 싶었어 할 수 있는 최대로 그냥 자꾸 그만두고 싶었어
나를 내가 제일 먼저 버리고서 이상하게 갈구하고 싶어서
이 그릇된 내 근본이 절대 풀릴 수가 없고 영원히 굳어버린 걸 실감할 때마다 새 시작에 중독된 늙은이가 된 걸 확인해서
그냥 다 져버리고 싶었어
나를 제일 미워하는 악마가 내 안에 있는데 다른 사람을 때릴 수 없어서 나를 때리고 그런 알고리즘이 고착화되었고
나는 그 악마를 사라지게 하려고
나를 죽이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던 거야
불안하고 부유하는 걸 견딜 수가 없어서
가장 확실한 것만 믿고 싶었던 거야
나는 사랑받을 수 없고
틀린 존재고
죽는 거라는 것
죽음은 너무나 확실해서 다른 이견을 만들지도 않고 명쾌함만을 주었어
그렇다고 그게 행복하거나 기쁘거나 하진 않았지만
아주 작은 최소한의 신뢰를 주어서 나는 죽음을 믿기로 따르기로 한 건 가봐
적어도 흔들리지 않으니까
꼭 세상이 저한테 계속 계속 내놓으라고 입증하라고 부족하다고 더 해야 한다고 틀렸다고 아니라고
강요하는 입을 벌리는 끝없는 허기만 있는 그런 존재 같았어요
저는 아무리 해도 해도 더해도 돈을 써도 시간을 써도 울어도 마음을 써도 그 어떤 것도 충족할 수가 없었고 한 번도 제대로 된 적이 없고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그냥 그만두고 싶었어요
더 이상 저는 내어줄 게 없어 보였고
사실 그걸 할 손가락 움직일 힘도 없고
그래서 제가 확실하게 줄 수 있는 건
저의 부재 밖에 없는 것 같았어요
21 AUG 23
마음이 꺾이는 소리를 들은 적 있니
누구를 만나서 서로의 세계를 보고 교집합을 늘리고 융화되고 그러다 서로의 우주까지 얽히면 서로가 고유명사가 되는 거다
서로의 중력과 인력을 받고 서로 별이 되어 우주가 겹치게 되는 거다
그러다가 한 행성이 사라지면 그 중력과 중심의 힘이 와르르 무너져서 도저히 혼자서는 태초의 궤도를 찾기가 어려운 거다
그러니까 중력, 중심 없이 부유하다 이리저리 이끌렸다가 잘못 갔다가 튕기다가
스스로의 힘을 찾기가 퍽 힘든 거다
29 AUG 23
그거 알아?
너는 나한테 햇살 같았고 태양이었고 중력 궤도였고 달이었어
그니까 너무 가까이 가서 뜨거웠고 차가웠고 나 자신의 중력을 잃어 네 궤도를 해치게 되어 결국 어긋나 버린 거야
09 OCT 23
잘 지내니 어떻게 지내니
네가 너무 궁금하고 매일 매 순간 생각이 난단다
가장 슬픈 것은 너는 잘 지낼 거라는 확신과
나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 도저히 모른다는 거야
애초에 너라는 사람을 나는 아예 몰랐던 것 같아
그냥 내가 누굴 좋아한다는 것에 취해서 말이야
그래서 나는 네가 앞으로 남은 삶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아무것도 알 수도 없고 알지도 못하고
그저 나를 과거에 마무리 지은 것이 지금 아무런 영향도 없이 잘 지낼 거라는 것 밖에 나는 모르겠다
05 NOV 23
내 우주가 반 이상이 날아간 것 같이
중력이 훅 사라져서
나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길을 잃고 제 자리를 잃고 다 흩어지고 사라진 폐허
무언가를 구성했다는 기억만 남은 채 빈자리인지 원래부터 없는 공간으로 존재하는 내 세상
너를 만나 내 우주를 넓혔지만
사실 나는 내 우주의 중력을 스스로 찾을 능력이 없어서
너의 우주의 중력을 절대적으로 믿으려고 했던 게 아닐까
어쩌면 가끔은 내가 기생충 같기도 해
하나만 바라보다가 그것만 매달리다가
온 세상을 날려버렸잖아
15 NOV 23
나는 이름을 붙여주는 게 너무 좋았어
여전히 그러고 살지만..
내가 선택해서 부여한 것이 아닌 내가 만들어낸 단어로 명명하는 행위로 주체성이나 통제감을 느낀 것 같기도 하네
수많은 이름을 부르고 또 짓기도 하면서 이제 유치하지만 마지막 이름을 하나 부르면서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아
우리 서로에게 빙봉이지 않을까
어린 시절 함께 많은 곳을 누비고 꿈꾸고 함께 존재하다가
어느 순간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해야만 하는 시점이 되어서 기억의 저편으로만 존재하게 되는 사이
더 멀리 뻗어나가는 서로를 위해 뒤에서 존재하면 되는 존재로
태민아 너는 아주 다정한 빙봉이었어
너무 즐거웠어
나도 너한테 그랬으면 좋겠다
태민아 그거 아니
나는 너라는 중력을 잃고 우리라는 세계가 없어지면서 계속 디딜 곳이 없이 부유하고 있어
부유하다가 어디에 발을 디딜 참이면
내 남은 하루들과 시간들이 꼭
내가 버림받기 충분하고 모든 비극과 외면을 당할만한 그런 존재라는 걸 확답받고
그것의 증거를 직면하는 나날로만 보여서 너무나 힘들었어
모든 시간과 길목들이 다 네가 나를 잘라내 버린 증거들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
이래서 내가 사람들한테 오해를 받고 값싼 인력이 되고 부모님이 나에게 상처를 주고 사람들에게 받는 무례가 당연하고 내가 그럴만한 존재라서 그래도 싼 거라서 다 그런 거구나
내가 가치가 없는 존재인걸
함께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매일 확인 사살받는 삶
비대한 자아가 죽어서
흔적조차 없어지게 하려고 모두가 하나의 사실로 총구를 겨누는 삶
04 JAN 24
따뜻한 햇살로 생명을 만든다면 아마 그게 강아지고 고양이였겠지
16 JAN 24
회의록의 오타로 회의론이 되었다
꼭 인생에 회의를 갖고 다 포기해 버린 극단적인 회의론자가 된 것 같고
그에 반대로 삶에 발을 붙여 하나의 인생을 책임지며 살아가려면 회의록을 써야 하는 그런 정반대의 경험을 한 순간에 한 것 같다
07 MAR 24
있지 사랑이 너무 크게 남아있어서 힘들어
사랑하는 마음이 아직도 내 마음에 가장 큰 존재로 자리 잡아서 힘들어
어쩔 줄 모르겠어
그런데 너를 잃어버리고 나는 나 자신의 반절도 세상을 보는 시야도 반절로 뚝 떨어져서 절뚝여
매일을 살아내면서 절뚝이는 데 사랑은 도저히 사라지지 않아서 어려워
나는 항상 그게 문제였다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고 그 안에서만 생각하고 고여있고 그 안에서 하고 싶은 게 없다고 불평하고
만들고 싶은 게 없다고 만들 수 있는 것만 생각하니까 결과물과 미래가 없는 거 같다
육체는 노쇠하고 점점 할 수 있는 것은 작아지기 마련이니까
08 MAR 24
태민아 가끔 나는 정말 멀리 와버린 것 같더라
너무 찐한 연애를 해서, 사랑을 너무 진득하게 주고받아서
그냥 가볍게 사람을 만나는 거, 시도하는 거는 아예 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법칙처럼 되어버린 것 같았어
사람과의 만남에 있어서 나는 이미 강을 건너버려서
너보다 더 마음을 주고받고 순수한 마음으로 너무나 아끼지 않는다면 도저히 만남의 다음 스텝을 갈 수가 없게 된 것 같더라
잠깐 웃고 떠드는 건 가능하지만
그걸로 나는 인연을 이어나가는 게 불충분해져서 새로운 사람을 좋아하는 이야기가 아예 나한테는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린 것 같았어
슬픈 것도 아니고 그냥 새삼스럽더라
나의 변화를 이렇게 채감 하는 게 말이야
29 MAR 24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말을 하는 사람이 된 것 같다
그니까 누군가에게 들리는 것을 생각해서 말하는데 그게 절대 들리지 않는 거지
아등바등하다가 배척당하도 그런 게 아닐까
날짜를 모르는 글들
길을 가다 돼지가 보였다
너무 귀여워서 울뻔했다
철푸덕 앉은 돼지가
리셋은 없어
아주 말끔한 상황은 없어
문제 덩어리, 먼지의 색깔로 계속 살아야 해
시끄러운 소음이 수신되는 채로 계속 사는 법을 지속하는 법을 배워야 해
내가 나약해서 너무 푸념이 많아서
업무적으로도 회사에서도 다 불편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그니까 나는
나를 구성하는 나의 생각회로의 선이 교차하는 핵심 꼭짓점을 잃은 것 같다
점을 잃은 선들이 마구 발버둥 친다
내가, 아니 내 뇌와 사고 알고리즘이
아직도 너를 내 짝꿍으로 간주해서
빠르게 머리가 돌아갈 때
무의식과 생각이 주체가 안될 때
줏대 없이 주체가 누군지도 모르고
멋대로 나의 범주에 너를 포함할 때
얼마나 어이없고 허전한지
너는 없는 것인데, 내가 어디에도 없듯이 느껴져서 어지러웠어
내가 정말 스스로도 어이없던 건
루쥴리들과 슬램덩크를 보러 갔는데 너랑 같이 보면서 칠 장난들이 무슨 대본처럼 써지는 거야
정말 엉망이지
아마 나는 널 불꽃ㅜ남자 정태만 정대민이라 불렀겠지
빡빡이 혜광 정대민이라 부르고 난 매니저 소현이었겠지
영화를 다 보고선, 두둥거리는 비트를 입으로 부르며 집에 갔겠지
이게 대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이 너무 자연스럽게 돌아가서 너무 괴로웠어
하지만 이때 너는 이미 새로운 인연을 만나 새로운 연애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지
미래를 그릴 힘이 없는 나에게
미래만을 그리며 달려야 하는 스타트업은
잘못된 장소 같았다
나는 초대받지 않는 손님과 같았다
그래서 언제 나의 이런 정체가 탄로 날까 끙끙거리며 아등바등한다
너의 차분하고 숨죽인 한숨이 가끔 떠오른다
나를 견디고 참는 숨소리였는지
겨우 숨을 쉬는 소리였는지
내가 그렇게 참을 수 없는 견딜 수 없는 정도의 존재였는지
뻐끔대는 소리였는지
알량한 내 마음에서는 구조 SOS라고 생각되다가
그냥 그건 일종의 타이머 소리였던 것 같다
참을 수 있는 시간과 관계의 지속시간이 다해간다는 알람인가 알림인가
있지
오늘 아주 잊고 있던 기억이 났어
쭈뿌쭈뿌와 뽕아리가 기억나서
나는 어찌나 외로운지 모르겠더라
내 안에서만 이제 유치한 웃음소리가 맴돌아서 텅텅텅 내 안에서만 소리가 메아리쳐서 어찌나 외로움 공명이 퍼지던지
아주아주 외로운 오늘이고, 그리고 많이 보고 싶다
너무너무 보고 싶으면 어쩌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이 마음을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
<점심 대신 광합성을 했다>
나는 답을 알고 있어
충분히 알고 있고 나한테 충분하고 충분히 행동할 수 있어
내가 선택한 지독한 외로움과 고독에 숨만 쉬어도 충분해
마음의 고아로 컸어도 다 자란 어른으로 마음이 고아여도 괜찮아
모든 것이 한꺼번에 존재했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 반복된다
그 어떤 것도 영속적이거나 연속적인 것이 없다
무언가 사라지고 잃고 덧없어지는 것만 지속적으로 느낀다
얼마나 더 쌓아서 잃고를 반복해야 끝이 나는 걸까
태민에게
너를 떠올리면 분명 너무 행복하고 충만할 때가 있었는데 말이야
지금은 그것의 몇 배로 반대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아
반대는 무엇인 걸까
절망 허망 배신 절뚝임 추락 하강 불신 깨진 조각
나를 지탱해 주던 긍정적이고 단단한 것들이 이제 나를 울게 만드는...
깨진 조각들로 내 머릿속을 점유할 때면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하지만 이건 그냥 나의 심연이지
너로부터 기인했지만 뭐 무슨 상관이겠지
우리는 인연 연인에서 무연고자 사이가 되는구나
나는 너한테 앞으로를 위해 사라질 빙봉이 되는 거고 너는 나한테 인연에서 무연이 되는 거야
가끔 우울증 약을 먹지 않으면 나를 심연으로 이끄는 보이지 않는 캄캄한 손을 갖고 있는...
마음이 이제 다 무너져 버려서
그 어떤 이상의 미래나, 내일이 그려지지 않는 게 온몸으로 느껴질 때마다
딱 내 인생의 시계가 멈춘 것 같아
네가 한없이 나의 편이었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그게 이미 몇 년 전이라는 시간의 개념이 안 느껴져
그와 동시에 내가 귀찮고 철거머리 같고 다신 상종하기 싫다고 말한 네가 생각나
이 기억들은 11년간 좋았던 것들이 있어도 다 뒤엎고 다 삭제시켜 버릴 정도로
가장 강력한 힘을 갖고 있고 유일무이한 기억이 되어버린다
나는 네가 부러워
내가 아무런 존재도 아니어서 내가 그렇게 진절머리 나고 상종도 하기 싫어서
인생에 앞으로 그 어떤 연결점도 없었으면 해서 쉽게 다시 볼 필요가 없는 존재라 나를 손절한 네가 부러워
11년간 인연을 잘라내고 싶었는데 참던 너를 상상하며 너무 상처받아
아니 이미 받고서 계속 아파하는 것 같아
생각할 때마다 어찌나 쓰린지 모르겠어
그래서 나도 내 맘대로 마무리를 짓고 싶었어
참 말도 안 되지 상개가 있어야 마무리도 가능한데
정말 너는 최고의 절망이야
있지
아직도 너무 보고 싶고 당연하고 허전하고
솔직히 돌아버리겠어
있지 너라는 나의 세상에 단단한 받침대가 쑥 빠져서, 휘발되어서
나는 혼자 내 세상으로 존재할 때 자꾸 휘청거려
어느 받침이 빠졌는지 모르는 그런 바닥을 한 발 한 발 밟으며 나는 내 세상에서 기우뚱돼
큰 구멍 작은 랜덤 구멍을 피해 얄팍하게 살아
내 세상인데도 말이야
하나의 받침이 사라져 어쭙잖게 다른 하나로 받치는데 나는 절대 중심이 안 잡혀
이 상실과 외로움과 고독 허전함은 내가 조용할 때 나를 덮쳐서 압도해
엑소시즘이 필요한 걸지도 몰라
나에게서 유일하고 가장 명확한 것이 바로 상실과 불안정이야
가끔은 엉망진창인 나를 견뎌내주어 고맙다
찬사와 감탄을 보내다가도 멱살을 잡아 힘껏 따귀를 때리고 후려치고 싶다
네가 속이 시원할 생각을 하면 나는 더 무너지고
결혼을 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이혼을 분명했을 거라고 위안할 생각을 하니 아주 뒤틀린다
너는 아마 만족할 거다
이 모든 게 다 만족스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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